본문 바로가기

달려가는 현장

주차단속 시간, 좀더 탄력적이면 좋을 터


-분당과 대비되는 성남 구시가지의 열악한 주거환경-주차장 포화

성남 구시가지는 1970년대 서울 상계동 등 철거민을 수용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비탈길에 더덕더덕 붙어있는 다세대 주택들을 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어떻게 그런 비탈길에 그토록 많은 집을 지을 수 있었는지 지금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첨단을 달리는 분당 신도시(분당은 경기도 분당시가 아니고 성남시 분당구이며 구시가지인 성남시 수정구, 중원구로 나뉜다. 최근 들어 분당구민들이 성남시에서 분당시로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와 비교하면 구시가지의 주거환경을 열악하기 짝이 없다.

구시가지는 전세 2~3천만원으로 신접살림을 시작하는 그리 넉넉하지 않은 신혼부부들의 삶의 출발장소이기도 한다. 빌라와 빌라 사이 간격은 약 30센티 정도. 나도 처음에 신접 살림을 이곳에 차렸을 때 우리집을 못 찾아 몇 번 헤맨 적도 있다. 집 사이에 간격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그 집이 그집 같아 헷갈렸던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곳의 주차난은 전국 최고 수준에 이른다. 지금이야 건축법에 따라 다세대, 빌라를 건축하더라도 의무적으로 주차장을 만들어야 하지만 동영상에 보이는 저 주택중에서 주차장을 보유한 세대는 없다. (물론 건축법 변경 이후 신축한 빌라는 주차장을 갖췄지만 가뭄에 콩 나듯 한 상황이다)

매일 밤마다 주차 때문에 고성이 오간다. 시청, 구청 홈페이지는 주차공간 부족과 주차위반 딱지를 성토하는 민원글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공영주차장과 그나마 있는 주차장도 포화된 상태. 그래서 차를 대로변에 세워 놓았다가 딱지를 끊고 하소연하면 가급적 주차장을 이용하라는 복사된 민원의 대답만 공허하게 들려온다. 주차장 부족의 현실은 관청도 잘 알고 있다. 민원에 대한 답변자체에 ‘주차장이 부족하다’라는 어구가 자주 들어가니까 말이다.

주차장을 이용하라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도덕교과서적인 메시지는 성남 구시가지 시민들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말 그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하면 차는 어디에 세워둘 것인가? 중고차 시장에 내놓아야 할까? 장거리 등 필요할 때는 그때마다 레터카를 하고??

-월급 받아다 주차 과태료 내는데 다쓴다... 하소연

구시가지 사는 시민들은 거의 대부분 저소득층이다. 구청 홈페이지 보니 하루가 멀다하고 주차위반 딱지를 끊는 한 시민은 “월급 받아다가 주차위반 과태료로 다 낸다”고 하소연 한 글도 있었다. ‘단속을 위한 단속, 세금 걷기 위한 단속, 행정 편의적인 단속’이라는 또 비현실적이고 주민들의 실상과 편의를 생각하지 않는 단속이라며 빗발치는 비난과 비판을 받고 있는 관청이지만 법대로, 규정대로 주차단속을 해야하는 관청의 입장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구시가지는 단속당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지만 신도시인 분당구의 경우 주차 위반 단속을 해달라는 민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차단속의 첫째 목적은 원활한 교통흐름이다. 성남 수정구, 중원구 등 구시가지의 경우 아침 7시에 단속을 시작해 밤 10시까지 시간대별로 계속된다. 단속시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침 07:00-09:00, 주간 10:00-17:00시, 야간 18:00-22:00시-중간에 1시간씩 3회에 걸쳐 비는 시간이 있지만 실상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단속은 계속된다.)

그런데 중앙로 대로변 주차장은 저녁 6시부터 아침 9시까지는 요금을 받지 않고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데 언제나 포화상태다. 따라서 주차라인(주차박스)이 아닌 곳에도 주차를 하게 되는데 이럴 때면 여지없이 주차위반 스티커가 붙는다. 딱지 안떼는 방법이 있다면 일부러 밤10넘어 퇴근하고 아침 7시 전에 차를 빼면 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중앙로에서 아침 7시 전에 차를 빼면 그 차는 어디에 두는가? 그시간에 출근을 하면 문제가 안되겠지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불합리하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주차단속의 첫째 목적은 원활한 교통흐름이다. 따라서 구시가지의 주차현실을 고려할 때 좀 더 탄력적인 주차단속이 필요하다. 중앙로 대로변의 주차 단속시간을 출근 시간대인 아침 8시 이후에 시작해 퇴근 시간대인 밤 8시 정도까지 한다면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애로사항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지금 언급한 시간대는 주차로 인해 교통흐름에 크게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므로 이정도의 탄력적인 주차단속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7년째 이동네에 살면서 느낀점이 바로 그것이다. 비단 내 생각뿐 아니라 많은 구시가지 시민들이 주차단속 시간의 조정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교통흐름에 거의 지장을 주지 않은 곳과 시간대에 떡 허니 딱지가 붙어 있으면 얼마나 힘이 빠지겠는가. 가뜩이나 지갑도 얇아진 판국에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시가지 한 구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주차스티커 관련해 애타는 민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른 아침부터 주차위반으로 단속당한 차량들. ⓒ 윤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계형 트럭도 있고..ⓒ 윤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차딱지를 떼지 않으려면 아침 잠을 포기하고 차를 지켜야한다. 출근전 시간이라 우선 이동을 해도 마땅히 차를 세워둘 곳도 없다. 성남 구시가지의 현실이다. ⓒ 윤태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시가지의 한 구청 홈페이지, 주차단속의 불만을 토로하는 글로 가득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분당구청의 홈페이지, 구시가지와는 달리 주차단속을 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