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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가는 현장

"대통령이 삼계탕 먹어도 소용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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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에서 생닭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이제 다 죽었다'고 토로한다.(작년에 찍은 시장 ⓒ 윤태)




문 연지 5시간 지났지만 개시도 못하는 재래시장 생닭 상인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 확산일로에 빠지면서 방역대책에 비상이 걸렸는데요. 성남 모란시장에 이어 송파, 장지개발지구까지 AI가 확인돼 닭, 오리에 대한 긴급 살처분이 어제밤에 있었습니다. 광우병 파동과 맞물려 혼란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석가탄신일인 12일 오후, 가까운 재래시장에 나가보았습니다. 생닭을 판매하는 곳이 네다섯군데 되더군요. 그런데 시장 문 연지 다섯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개시도 못하고 있다고 시장상인들은 애로사항을 털어놓았습니다.

닭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다 죽었다고 하면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통령이 삼계탕 먹는 장면이 나와도 이제 소용없다고, 사람들이 생닭을 찾지 않는다고 말이지요. 대형 할인마트는 몰라도 닭 판매하는 재래시장 상인들은 이제 다 죽었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그러면서 시장 사인들은 사태가 이렇게 된데 대해 언론을 많이 탓하더군요. 지난 10일 AI가 확산되자 당정협의회가 ‘재래시장에서 생닭, 생오리 판매 금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가 곧바로 표현을 바꿔 ‘재래시장에서 직접 도축해 생닭, 생오리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내용을 바꿨지요.

생닭 보며 "이거 어디서 도축한 건가요?" 물어....상인들 망연자실

그러나 이미 재래시장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재래시장 생닭, 생오리 판매 금지’ 언론보도가 나간 후 생닭 판매대는 발이 끊겼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재래시장 상인들은 성남 모란 시장에서 사간 꿩에서 AI가 발생한 것인데 애꿎은 재래시장만 죽고 있다고... 다른 곳에서 위생적으로 도축해서 정상적으로 들여오는 생닭인데도 사람들이 진열된 생닭을 보고 “이거 어디서 잡아온거에요?” 물어보고는 그냥 가버린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비교적 큰 규모의 직판장으로 가 생닭을 사간다는 것이지요.

70도 이상의 끓는 물에서 5분만 익히면 문제없다는데, 이번 뉴스보도로 재래시장 생닭은 비위생적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 손님들이 찾지를 않는다며 방송에서 제대로 된 내용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시장상인들은 갖고 있었습니다.

시장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동영상으로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어 ‘정상 유통해 들여온 재래시장 생닭 안전하다’는 내용으로 글을 쓰고 싶었지만 시장 상인들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뉴스, 블로그 등도 모르고 있고 기자들이 취재를 하면 이것저것 다 빼놓고 상인들한테 불리한 얘기만 나간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애로사항이 가득한 목소리나 사진은 나갈 수 없었습니다. 시장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생생하게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대통령후보가 재래시장에서 국밥 먹는 CF를 찍은 일이 엊그제 같은데, 또 대선이나 총선때가 되면 재래시장을 돌며 상인들의 손을 부여잡고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 공약들을 곧잘 하곤 하는데 역시 선거철에만 재래시장 사인들과 친해지는군요. 성난 민심을 오늘 돌아본 재래시장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조만간에 모르긴해도 수입산 쇠고기와 삼계탕으로 식사를 하는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모습이 전파를 탈지 모르지요. 광우병 안심! 조류인플루엔자 안심!! 하면서 말이지요. 이미 성난 민심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는데 늘 그랬듯이 "쇼"를 펼치는 그 모습. 연예인이 아닌데 말이죠...

미리미리 서둘러, 방역대책을 마련해 시행했었으면 좋으련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듯 애먼 재래시장만 쥐잡듯 잡고, 애꿎은 닭, 오리들만 생매장 당하는건 아닌지, 서울 시내 닭은 물론 공원에서 헤엄치는 오리까지 모두 1만5천마리  모조리 잡아 살처분했는데 서울에서 닭장사 하는 사람들은 어찌 먹고 살라구 마땅한 대책도 없이 죽여 묻기만 하는건지... 답답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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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는 70도 이상의 끓는 물에서 5분만 가열하면 모두 죽는다. ⓒ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