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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조각 모음

초미니 입은 아내 모습 환영했던 자세한 이유



육아 살림에 찌든 마음, 어떻게 풀어볼까?


초미니 입은 아내 환영 글에 대해 많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네요. 하나하나 답글을 달아드리기도 좀 그렇고 제 답글을 요구하기보다는 댓글로 네티즌들간 토론을 벌이는 분들도 많네요. 짧은 치마를 입는 것에 대해 당사자 여성 혹은 이를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에 대한 심리학, 범죄학적, 본능적 분석이나 학설, 이론 등 식견 있는 분들의 의견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큰 사회적인 문제까지 생각한 것은 아닌데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

아내는 둘째 녀석 출산 당일 진통이 조금씩 오는 만삭배를 이끌고 경찰서 민원실에 가서 일체 사용하지도 않는 운전면허증(장롱면허)을 갱신했습니다. 출산 들어가면 당분간 꼼짝 못할테니 갱신 기간이 지나 벌금내기가 싫었던 겁니다. 결국 아침 9시 반경에 경찰서에서 일보고 두시간 후인 11시 반경에 둘째를 낳았습니다. 경찰서 민원 창구에서 일보던 직원이 “곧 출산할 것 같은데 어떻게 지금 갱신하러 왔느냐?”고 놀라더군요.

아내는 엄청 짠순이입니다. 짠순이 사건이 인터넷에 알려지면서 이것을 필두로 아내는 전국 방송에 예닐곱 차례 출연까지 했습니다. 1~2분 정도 인터뷰 형식으로 나간게 아니라 최대 1시간에서 최소 20분까지 휴먼 다큐, 생활정보, 토크쇼 등에 나갔을 정도니까요.

이렇듯 아내는 대단한 살림꾼입니다. 살림을 꾸려나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해주지 못하는 게 너무 미안할 따름이죠. 오히려 펑크 나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형편입니다. 이 시대 많은 주부님들이 그렇지만 두 녀석들에게 치여 허리펼날이 없습니다.

많은 걸 해주고 싶은데 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견한 초미니스커트
-공자왈 맹자왈 유교 전통의 장인어른 속에서 억눌린 자기표현


저는 종종 동료들과 당구도 한 게임 치고 맥주도 한잔 마시며 회사 영화 동호회에서 해운대, 국가대표 등 영화도 봅니다. 산에 올라가 책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주말에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 여가나 취미, 특기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화를 같이 보고 싶어도 아이들 때문에 어쩌지 못하고 한달에 한번 있는 동호회에서 저 혼자 보게 되게 되는 것이죠. 아이들을 누군가 보고 있다면 주말을 이용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장인어른께서는 맹자왈 공자왈 삼강오륜 등을 강조하시는 분이라 한복이라면 몰라도 길이에 관계없이 치마라는 것은 일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요. 화장을 진하게 해서도 안되는 상황이죠. 어려서부터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많이 억눌려왔던 셈이죠. 결혼 후 어느정도 발산하긴 하지만 처가를 갈 때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이런 가정적인 환경과 육아 살림에 매진하는 전업주부이다보니 늘 삶이 피곤했습니다. 돈이라도 좀 많이 벌어다주면 그 재미에 삶의 희열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내, 맥주 한잔 하고 노래방도 가고 당구도 한게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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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육아에 힘들어하는 부분을 이것을 통해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종종 밤 10시 넘어 같이 이웃지간이던 또래 엄마가 저희집을 찾아오곤 합니다. 아내와 단 둘이 이야기하며 싶어서지요. 아내가 그 시간에 나가도 되냐고 물어보면 저는 “맥주도 한잔 하고 노래방 가서 노래도 불러보고 안 피곤하면 당구도 한 게임 치고 오라”고 합니다. 당구는 못치지만 말만이라도 그렇게 하죠. 육아 살림에 찌든 것들을 최대한 풀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밤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집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것이고 전적으로 믿음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제가 절대 진데 안다니는 것을 아내가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아내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이 참 많습니다. 목록 아래 포스팅에도 있지만 당구도 알려주고 싶고 운전도 알려줘서 스스로 운전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아내가 직접 통기타로 연주하면서 아이들에게 동요를 불러주면 어떨까 하는 기분 좋은 생각도 하고 싶었습니다. 나란히 영화관에 앉아 슬프거나 감동받으면서 같이 눈물을 흘리고도 싶었습니다.

하지만 참 쉽지 않더군요. 늘 걸려있는 비용문제, 육아, 살림에 따른 문제. 저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그런 것들을 하는 반면 아내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힘드니까 자꾸 미안한 마음이 들고 그것을 발산할 어떤 방법을 찾던 중에 초미니스커트가 처가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그 미니스커트를 통해서 육아, 살림 등에 찌들어있던 마음을 풀어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아내 자신도 이렇게 변화할 수 있고 주목받을 수 있으며 육아 살림에 힘들더라도 미니스커트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 어려움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바람 같은 것이었죠.

그 복장에 따른 성범죄 문제, 그런 것은 그 글의 본질은 아닙니다. 다른 것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힘들어하거나 답답해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것을 통해 그것들을 풀어보고자 하는 하나의 동기부여, 계기 같은 것이었죠. 그 동안 살아온 삶이 있기에 그것을 통해 자기만족을 할 수 있는 것인데도 굳이 제게 물어보고 하는 것에 대해 초미니 입는다는 것은 제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죠.

이를 두고 오픈 마인드 남편이라고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우려된다고 걱정하시거나 충고해 주신 분들의 의견도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남자, 여자, 기혼, 미혼, 젊음과 노년, 출산여성, 직장여성 등 여러 조건과 상황, 경험치에 따라 미니스커트에 대한 생각과 시각, 입장 등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많이 깨닫게 됐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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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와 살림때문에 아내는 많이 힘들어하고 답답해한다. 옆에서 도와준다고 노력은 하는데 신통치 않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