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서 올리고, 다른 블로거들의 글을 읽다보면,
엇! 이건 아닌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나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며칠전에 누군가 포스팅했던 글이 생각난다. 한 초등학생의 재치로 성추행범을 경찰에 넘길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알고 보니 그 성추행범이 지능 4~5세 밖에 안되는 정신지체 장애인이었다고... 원 글을 쓴 기자는 뒤에서 껴안은 사람이 4~5세의 지능의 정신지체 장애인이라는 것을 언급 안했고 그 초등학생만 영웅화 시켰다. 엄연한 사실 왜곡이다. 기사를 부각시키기 위해 당연히 언급해야 할 부분을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아래 캡쳐한 사진을 살펴보자. 그리고 사진 설명을 잘 살펴보자. 이 글 또한 한 블로거가 취재 형식으로 쓴 글이다. 지난해 장애인의 날 행사때 행사 참석한 귀빈들 위주로 행사가 진행되고 장애인들은 소외됐다는 내용이 골자다.
자! 사진 설명 다시 보자.
장애인 한 분이 귀빈실 쪽으로 향하자 귀빈실을 지키고 있던 사람이 제지하고 있다. 라고 사진설명을 적어놨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화장실을 찾아 헤매고 있을 때 사람들이 양쪽에서 부축하며 화장실로 안내하는 장면이었다.
착한 일을 한 사람들을 졸지에 악인으로 만들었다. 이 엄청난 ‘오보’로 그 블로거는 수업료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오보 포스팅’까지 올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는 한가지 배웠다. 절대적으로 사실 확인을 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많은 블로거들에게도 어떤 현상에 대한 사실확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주 좋은 교훈감으로 남아 있다.
현장에서 사진 찍으면서 그 사람들에게 한마디만 물어봤어도 그런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을게다. ‘블로거뉴스’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상, 어떤 객관적인 정황 내지는 사실에 기초를 둔 글쓰기는 기본이 돼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장 기사에 한해서 말이다.
사실, 이 사실확인이라는게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현장에서 즉석에서 물어보아 해결되는 것도 있지만 그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사람들, 관계기관에 문의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언론에 있는 블로거들은 문제 없겠지만 언론매체 소속이 아닌 순수 블로거들은 그런 취재가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나도 최근 들어 분당 대형마트 승용차 추락사망사고, 레미콘 전복 사망사고, 공사로 인한 주택 균열, 지반 침하 등의 사건사고를 취재하면서 경찰, 국과수, 시청, 유가족, 학교 관계자, 정부부처까지 전화를 하며 취재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라는 타이틀은 있지만 요즘은 그것이 크게 ‘약발’이 받지 않는다.
엊그제도 분당 대형마트 사고 차량 정밀 감식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유가족들에게 듣고 경찰에게 확인하려고 했지만 담당 경찰관은 끝내 통화를 거부했다. 내가 원한건 차량감식결과 결함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간단한 경찰의 멘트였는데, 경찰은 바빠서 전화를 못받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인터뷰 거절’이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귀찮다는 듯이 바빠서 못받는다는 것이었다. 10초만 시간을 내면 되는 일인데 말이다. 내가 만약에 방송사 기자였다고 소개했더라도 내 전화를 거절했을까 싶다.
결국 그 기사는 발행하지 못했다. 유가족측과 대형마트측의 입장과 상황은 취재했으나 결정적으로 경찰 멘트가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해당 경찰서로 결과를 문의하라고 하고...결과는 뻔히 아는데 공식적인 멘트가 없어 기사를 내지 못했다.
여기서 사실확인은 어떤 현상에 대한 사실확인도 있지만 손익을 둘러싼 문제나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각각 당사자들의 입장을 골고루 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위 사안에서도 그냥 유가족들의 말을 빌어 ‘국과수 차량 정밀 감식 결과 차량 결함’이라고 써도 되지만 혹여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공식 발표나 직접 취재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것을 기사화해 파장이 커졌을 때 나중에 어떤 법적인 문제에 걸릴수도 있다.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다.
어려움이 뒤따르더라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글을 작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우선 대상으로 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