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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발견

2050만원짜리 새 차 산 30대 가장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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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부터 달라보이는 2010년형 RV 차량을 뽑은 4층 아저씨. 기쁨과 걱정이 늘 교차하는데..



10년 탈 계획으로  산 차, 어디에 주차해야하나?

집 앞 주차장에 엊그제부터 안보이던 큼직한 RV(레저용) 차량이 서 있습니다. 비닐도 안 벗긴 새 차입니다. 어제 아침에 차좀 빼달라고 전화해도 안받더군요. 제 차를 가로막아서 그런 건데 어쩔 수 없이 그 새 차와 3센티 간격을 두고 간신히 제 차를 빼낼 수 있었습니다. 땀이 삐질삐질 날 정도였습니다.

“도대체 어떤 집이 남의 집 주차장에 차 세워놓고 전화도 안받는거야?” 생각했죠.

그러다가 낮에 그 새 차 주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흐뭇한 표정으로 차를 손질하고 있는 그는 친하게 지내는 위층(4층) 아저씨였습니다. 어쩐지 며칠 전부터 그 아저씨의 소형차가 안 보인다 싶었는데 이번에 차를 바꾼 것이었습니다. 휴대폰을 차안에 놓고 와서 아침에 전화를 못받았다구요. 30대 후반 나이에 근사한 차를 산 4층 아저씨가 은근히 부럽기도 했습니다.

아이들도 점점 커가고 앞으로 10년 정도 탈 생각으로 이번에 2010년형 RV 차량으로 바꿨다는군요. 차량가격은 2050만원이구요, 5년 장기할부로 끊었더군요. 기존에 타던 소형 승용차는 자동차 대리점에서 130만원에 팔아줬다고 합니다. 수출용으로 판매를 하게 돼 국내 중고가격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을 받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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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주차위반 스티커, 늦잠 자는 사람은 그 대가로 이것을 받아야 합니다. 부지런하면 과태료는 물지 않지만 늘 피곤합니다.


타던 차 130만원에 팔고 보니 주차 과태료만 96만원 '허걱'

그런데 웃긴 건 타던 소형차 처리하면서 과태료, 벌금을 정산했는데 96만원이 나왔다고 합니다. 몇 년간 누적된 금액인데 대부분이 주차위반 과태료였습니다. 타던 차 상당히 비싸게 팔아 좋다고 했는데 과태료 정산하고 나니 사실 남는 것도 없었습니다.

이 4층 아저씨는 왜 이렇게 많은 주차위반 과태료를 내게 됐을까요? 당연히 주차위반을 많이 해서 그런 탓이죠. 저도 약 10여만원의 과태료가 있는데 그 아저씨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금액입니다. 제 차는 경차(마티즈)라 어떻게 해서든지 집 주변 골목에 주차할 수 있었지만 그 아저씨는 좀 긴 차라 큰 길 가에 주로 대놨다가 저녁 늦게 혹은 아침 일찍 주차위반 딱지를 떼인 것입니다.

출고된 지 일주일 된 2050만 원짜리 2010년 형 RV 차량, 이 아저씨는 집 앞 주차장(골목)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 자리에서 제 차가 4번 털렸고 처제차 2번 털렸습니다. 심심하면 중고생인지 어른인지 모르지만 송곳으로 장난삼아 긁고 다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타도 이미 충분히 낡았고 원래 무관심하며 그런 일에 이제 달관해서 차에 상처가 나든 찌그러지든 녹슬든 일체 상관안하고 굴러가는 것에만 감사하는 상황이지만 위층 아저씨는 상황이 다릅니다. 중고로 넘긴 차가 이미 심하게 드라이버로 가슴 쓰린 긁힘을 경험하고 그 증거물을 유지하고 달렸던 4층 아저씨이기에 더욱더 그랬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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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공영주차장, 제 2공영 주차장, 제 3공영주차장....제 10 공영주차장..이렇게 나가도 해결되지 못할게 바로 이곳의 주차난입니다.


아침에 일찍 안일어나면 4만원짜리 주차딱지 매일 붙는 현실


아저씨는 벌써 인근 공영주차장에 문의를 해봤답니다. 몇 군데 알아봐도 그곳에 들어갈 수 있다고 기약을 못한다고 합니다. 저도 전에 몇 군데 알아봤는데 접수를 한다거나 문의를 할 필요성도 못느끼겠더라구요. 공영주차장에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줄 섰고 자리는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차장 관리 아저씨가 손과 머리를 동시에 가로저으며 소용없다고 하실 정도이니까요.

그래서 4층 아저씨는 새 차를 뽑은 며칠동안 큰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있었습니다. 좀 늦게 들어오니 집 앞 주차장이나 골목에 주차할 장소도 마땅히 없거니와 조용하고 후미진 골목이썩 맘에 들지 않았던 겁니다.

하지만 대로변이라고해서 안심할 수준은 아닙니다. 밤새 차들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차량파손이나 절도 범죄 등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겠지만 아침 7이 이전에 차를 빼야한다는 사실입니다. 자칫 조금 늦잠이라도 자면 가차 없이 4만원짜리 딱지가 척 하니 붙는 복병이 있거든요. 그렇게 붙은 과태료가 전에 타던 소형차에 96만원이나 쌓여있다지 않습니까?

4층 아저씨 밤 11시 정도에 들어와서 다음 날 점심때쯤 나가는데요, 한참 달게 잘 시간인 새벽 6시 30분경에 알람 맞춰 놓고 큰길가에 차 빼러 나오려면 스트레스좀 받겠습니다. 여름이라면 그 시간에 일어나지만 해 짧고 밤이 긴 계절에 접어들었는데 이거 영 피곤한 일 아니겠습니까?

오늘 아침에 주차장 관련 자료 사진 좀 찍으려고 일찍 나서는데 4층 아저씨도 이른 시간에 나오시더군요. 얼굴에 두 가지 표정이 겹쳐 있던데요. 흐뭇한 표정과 걱정스러운 표정 두 가지 말이죠. 밤새 새 차가 잘 있었나 하는 걱정과 새 차 이용에 대한 기대감 혹은 흐뭇함이 겹쳐 있는 표정이죠 ^^

새차 상할까 걱정과 새 차 타는 기대감으로 걱정과 기쁨을 동시에 달고다니는 그


널찍한 아파트 주차장이면 문제없겠지만 인구 밀집 지역 주택가 주민들은 이러한 어려움이 있네요. 4층 아저씨는 직업상 차가 반드시 필요할 뿐 아니라 성장하는 아이들을 편하게 해주고 계획에 맞춰 10년 이상 탈 계획으로 계획성 있게 새 차를 구입한 것뿐입니다.

주차장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할 뿐이죠. 물론 시에서 천문학적 수치의 비용을 들여 공영주차장을 계속 짓고 있지만 밀려드는 수요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쯤되면 대로변 불법주차 스티커 붙이는 것도 어느 정도 탄력 있게 하면 좋은데 무섭게 몰아붙이고 있으니 월급 받아다 절반은 과태료 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곳이 바로 이곳이지요.

여하튼 4층 아저씨는 새 차를 구입한 대가로 불안한 마음과 이른 아침부터 깨어 차를 이동해야하는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게 됐습니다. 물론 이러한 스트레스는 식구들이 좀더 쾌적한 자동차 생활을 하고 아저씨 본인이 만족하는 것에서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분들이 어디 이 아저씨뿐이겠습니까?

제법 근사한 RV 새 차를 타는 기쁨은 줄곧 중고차, 경차, 소형차 등만 타신 분들은 잘 느끼지 못하는 만족일 수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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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주차 현실입니다.옆에 세워 놓은 차들이 밤새 긁히지 않을까 노심초가 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그냥 보기만 해도 답답하게 보입니다. 그렇다고 어디에 마땅히 세워둘 데도 없습니다. 이런 골목 아니면 대로변입니다. 공영주차장은 언급할 필요도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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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골목인데 차가 한대 내려오고 있습니다. 가슴이 조마조마 합니다. 혹시 내려오는 차가 내 차를 긁지는 않을까 말이죠. 참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