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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가는 현장

옥수수 노점상 아저씨, "돈 많이 버세요'"

트럭 행상에 밀려 인적 드문 곳으로 옮긴 아저씨


15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한 아파트 단지내에 안보이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는 한적에 곳에 찐 옥수수를 판매하는 분이 계셨다. 조그만 손수레를 밀고 다니며 옥수수를 팔고 있는 아저씨와 살아가는 소박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래는 목 좋은 아파트 주변의 상가가 있는 큰 도로변에서 옥수수 장사를 했는데 트럭 행상들의 텃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밀려나게 됐단다. 목좋은 대로변에서 새로운 장소로 옮긴건 바로 오늘(15일), 옮긴 후 첫 장사하는 날이란다.

일곱 살 난 딸이 있는 이 아저씨는 노점상일을 일관해왔다. 운 좋아 많이 버는 날은 8만원, 안되는 날은 5만원. 노점상들이 다 그렇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  비 오는 날은 공치고 날이 뜨거워도 일을 못한다. 뜨거운 날엔 해가 뉘엿뉘엿하면 장사를 나오기도 한다.

아저씨 먹여살리는 고마운 단골손님들

그런데 아저씨에겐 단골이 있었다. 큰길가에서 장사할 때 단골이던 사람들이 한바퀴 돌아 새로 옮긴 이곳으로 찾아온다고.... 매일 있던 장소에 없으니 어디로 옮겼나 싶어 주변을 돌다 이곳까지 오게되는 단골 손님들, 그저 고마울 뿐이란다. 강원도 찰옥수수 3개들이 한봉지에 3천원씩 한다. 그 맛을 잊을 수 없는 단골들이 먹고 또 사러오고....소문 내 줘서 다른 손님들 데려오고....

하루 종일 심심할 것 같기도 한데 아저씨는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점심은 배달시켜 먹고 화장실에 갈 때 그냥 놔둬도 집어가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전에는 점심으로 팔던 옥수수 몇 개 먹기도 했는데 요즘엔 밥을 챙겨드신다고 한다. 옥수수로 점심을 때우면 돈도 절약되고 간편해서 좋은데 힘이 빠져 식사를 챙겨 드시게 됐다고...

그래도 아저씨는 역시 옥수수 마니아다. 저녁을 다 먹고 기본적으로 6자루는 먹고 취침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다음날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다나 뭐라나.. 옥수수가 식이섬유가 많아 다이어트에 좋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아침에 가뿐한거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여기서 아저씨의 소박한 바람을 들을 수 있었다. 피자, 햄버거 대신 옥수수 많이 먹으면 살빠지고 좋을텐데...라고 말이다.

대표적 서민, 노점상 아저씨, 활짝 웃었으면 좋을터

노점상인들의 꿈은 다 마찬가지겠지만 이 아저씨도 상가에 점포 하나 내서 제대로 차려놓고 옥수수를 판매했으면 하는 것이다. 트럭 노점은 차안에서 쉴수도 있고 심심하면 라디오나 DMB를 볼수도 있고 쉽게 자리를 옮길 수 있지만 이 손수레는 아무래도 제약이 많다. 그러니 안정적인 점포가 절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3천원짜리 옥수수 한 봉지를 사들고 인사를 나눌 때 아저씨의 소박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려도 되냐고 물으니 괜찮단다. 껄껄 웃으며 많이 좀 홍보해달라고 내게 부탁한다. 그래서 자리를 떠날 쯤 이렇게 사진까지 찍게 됐다.

모르겠다. 지금 이 씀의 행위가 옥수수 아저씨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런지,.. 아파트에서 이 글을 보고 일부러 옥수수 사먹으러 아래로 내려올 주민들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단골 손님들이야 꾸준하게 오가겠지만....

환하게 웃는 옥수수 노점상 아저씨의 얼굴을 보고 싶다. 힘든 시기, 대표적인 서민 모습 아닌가? 매일은 아니더라도 종종 장사 억수로 잘되는 날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는 그런 서민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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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 좌판이다. 1평정도 되는 이 좌판이 아저씨 삶의 전부이다. 장사 잘 돼 활짝 웃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오늘도 그 자리에 계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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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가 판매하는 강원도 찰옥수수. 옥수수가 몸에 얼마나 좋은지는 포털검색을 통해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