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동이야기

과수 농장 가꾸며 부부가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4년 가을, 그들의 농장에서 만난 박소담 이지선 부부시인.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니 시가 술술 나오지 않겠는가?



주로 자연 소재의 시를 쓰는 박소담 이지선 시인 부부
4년만에 불쏙 걸려온 전화. "박소담입니다"


3일전 경기도 시흥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 2004년 가을, 한 잡지사 다닐때 한번 만나 인터뷰를 했던 박소담, 이지선 시인부부였다.

2004년 인터뷰 이후 한번도 연락이 되질 않았다. 직장 옮기고 바쁘게 살다보니 그냥저냥 잊혀지는 거다. 그런데 박소담 시인께서 먼저 연락을 해오셨다. 내 휴대폰 번호를 바꿨더라면 아마 연락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박소담 시인은 이번에 다섯 번째 부부시집이 나왔다며 보내준다고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먼저 챙겨주시다니, 가슴이 뭉클했다.

박소담(67) 이지선(60) 시인부부! 우리 나라에 부부시인 한쌍(두쌍인가?)이 더 있다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박소담, 이지선 부부시인의 존재는 잘 알고 있다.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으니까. 한권의 시집 속에 부부의 시가 동시에 들어있다.

자연속에서 욕심 버리고 살면서 시를 쓰는 기분 어떨까?

2004년 가을, 서울 왕십리에서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한참을 걸어 송암농장이란 곳에 들어갔는데 그곳에 이 시인부부가 살고 있었다. 포도 농장인데 포도만 있는게 아니라 온갖 과일과 꽃나무 등이 가득했다.

포도가 익으면 따 먹기도 하고 포도주를 담그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이 오다가다 들르면 포도 수십송이는 그냥 주고 그냥 그렇게 자연에서 살아가는 시인부부이다. 이 농장을 자연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하면서 주말에 아이들이 오면 자연과 함께 시를 들려주는 부부이기도 하다. 농장 김을 매다가 배고프면 자두며, 사과며 그냥 따 먹으면 그게 바로 점심이 되고 말이다.

사과나무, 감나무, 자두 나무 등등. 또 그런 나무에는 이 시인부부가 나무 무늬 장식에 시를 써 매달아 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자연속에서 부부가 과수원을 가꾸며 시를 쓰며 꾸준하게 시집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부부 시인의 시를 들여다보면 자연에 관한 시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삶 자체가 그냥 시가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우편으로 받아 본 박소담 이지선 시인의 시집을 넘겨보며, 참 야릇한 생각이 들었다.

유명하지 않은 시인의 시집도 읽읍시다

솔직하게 이게 몇 년만에 들여다보는 시집인가? 4년전 잡지사 다닐때는 그 회사에서 시집을 출판했기 때문에 업무적인 차원에서도 시집을 들여다보곤 했는데 그 후론 일체 들여다본적이 없었다.

시집을 내는 사람은 많은데 그 시를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명한 시인, 작가, 소설가의 책에만 그 인지도에 편승해 손길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인지도가 없는 시인이나 작가는 그저 자기 만족차원에서 시집을 내고 집에 소장하고....

돈 많고 권세있는 일부 사람들은 대필해서 책을 내 언론 매체를 통해 엄청난 마케팅 활동을 하기도 한다.

박소담 이지선 부부 시인처럼 자연속에서 과일과 꽃과 나무를 가꾸고 주말에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아이들과 만나면서 누가 알아주던 그렇지 않던 시가 좋아 시를 쓰고 훗날 저 사과나무가 가득한 농장속에 그들의 시와 몸과 마음을 함께 묻을 생각으로 사는 진정한 시인들도 있다는 것이다.

나 강력하게 말하고 싶다.

“유명하지 않은 시인의 시들도 읽읍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4년만에 연락해 다섯번째 시집이 나왔다며 반가운 연락을 해오신 박소담 이지선 부부 시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는 잊고 있었는데 잊지 않고 몇년만에 연락주시고 시집까지 보내주신 박소담 이지선 부부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