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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야기

4명의 가정주부, 두달전부터 계획한 '생일축하 거사' 뭔가했더니...

-아기 엄마들한테 걸려온 전화 "나와서 놀자"
외모에 엄청 신경쓰는 아내


날씨가 무지하게 춥던 지난 토요일 밤 9시경, 아내에게 전화가 온다.

전에 같은 빌라에 살다 경기도 광주로 이사 간, 아내보다 두 살 어린 가정주부였다. 아내가 광주 그 집에 놀러갈 때 마다 또래 아주머니들과 어울렸는데 그 아주머니들 4명이 성남으로 놀러와 아내를 부르고 있었다. 자주 만나다보니 아내는 그 아주머니들과 친한 친구사이나 나름없었고 나는 얼핏 본 아주머니들이었다. 한번도 못본 아주머니도 있고...

토요일 밤 9시면 조금 늦은 시간이긴 하다. 게다가 천방지축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4살 큰녀석과 울어대는 생후 9개월 둘째.

하지만 그날만큼은 녀석들에게서 아내를 해방시켜주고 싶었다. 나가서 맥주도 한 잔 하고 영화도 한편보고 맘껏 수다떨고 오라고했다. 날도 춥고 늦고해서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면 굳이 그 시간에 외출할 아내는 아니다.

아이들을 봐준다는 말에 아내는 신나 있다. 머리도 감고 화장도 해야한다며 어수선을 떤다.

“아이구, 거참 대충하고 나가.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 언제 머리감고 화장까지 하냐?”

“무슨 소리야? 젊은 엄마들 나오는데 꾸미고 나가야지.”

아내는 평소 3일에 한번 정도 머리를 감는다. 아이들 때문에 머리감는것조차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니...머리한번 감으려면 30분은 걸린다.

그런데 그날 아내는 5분도 안돼 머리를 감아버렸다. 7년째 살면서 이렇게 재빨리 머리감는 모습은 처음이다 ^^ 마음이 급하긴 엄청 급하다. 화장도 재빠르게 하고 처제 방에 들어가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한다. 처제옷 중에서 가슴이 패인 옷을 몸에 대보며 멋있냐고, 어떠냐고 묻는다.

“아이구, 참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어차피 속에 입는 옷이 가슴이 패였든 안패였든 그게 무슨 상관인감? 이 날씨에 패인 옷만 입고 다닐래? 너 늦기 전에 서둘러.”

그래도 그게 아니라며 최대한 옷에 신경쓰는 아내.

-토요일 밤 나이트 **관 앞으로 오라는 전화, 설마?

두 아이들은 잠깐 처제에게 맡기고 미리 뜨끈하게 데워놓은 차에 아내를 고이 모시고 약속 장소인 성남 모란역에 나갔다. 광주의 대표 아주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있길래 전화오는 줄도 모르는 걸까? 한참만에 전화 연결된 광주 아주머니가 종합 운동장 맞은편에 위치한 **관 앞으로 오라고 한다. 와서 전화하라고 한다.

“모란에 술마실데, 커피마실데, 영화볼데 다 있는데 왜 종합운동장까지 갔을까? 게다가 **관은 나이트클럽인데? 혹시 나이트에서 부킹을???”

아내는 나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씨익 웃는다. 

“나, 나이트 클럽 가도 돼?”

속으로 아이구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 춤도 추고 맥주도 한잔 하고 부킹도 하고....”  그 말 하면서 아내와 나는 또 한번 씨익 웃는다.

**관 앞에 내려주고 나는 바로 자리를 떴다. 20대말~30대 초반의 한창(?) 아주머니들이 과연 나이트에 갈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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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전부터 계획한 생일 거사가 노래방에서 목청껏 노래부르는 것이라니...


-아내 외출 후 3시간, 전화 연결이 안된다

그런데 잠시 후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노래방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나이트 안간다고 말이다.  친한 그 광주 아주머니가 아내와 내가 나눈  ‘나이트 클럽’ 이야기를 전해듣고 염려스러워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참 싱겁기는~”  나 혼자 웃음을 지었다. 싱겁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속으로 안심이 되는 이유는 뭘까? ^^

아내의 화려한 외출(?) 3시간 경과, 어느덧 새벽 한시가 되고 아직 연락이 없다. 영화보는건 아닌 것 같고 술마실까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떨까? 혼자 생각하다가 지금쯤이면 끝날 것 같아 따로 연락하지 않고 집을 나선다.

**관을 향해 가다가 아내에게 전화를 하니 안받는다. 5번 넘게 해도 안받는다. 어쩔수 없이 광주 그 아주머니에게 전화했지만 역시 안받는다. (경기도 광주에 워낙 자주 놀러가고 혹시 아내가 연락 안될까봐 그 아주머니 번호를 입력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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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넘어 아내가 보낸 문자

생일날 아이들 놓고 노래방 가기 위해 두달전부터 계획한 생일축하 거사, '이렇게 소박할줄이야~'

잠시 후 문자가 왔는데 ** 엄마 생일이라 노래방 왔는데 잘 안들리고 30분 후면 끝난단다. 나는 **관 앞에서 차를 대기해놓고 노래 끝나면 나오라고 문자했다. 그러나 아내는 문자 보낸 후 바로 나왔다. 한손에 케익을 들고.

“왜 벌써 나왔어. 노래 끝나면 나오라니까.”

“아이구 전화하면 나오라니까 벌써 나왔어. 자기 기다린다고 엄마들이 빨리 나가라고해서 노래부르다 말고 케익들고 나왔지. 아이구~”

앗차 싶었다. 슬슬 졸음이 오길래 자다 깰 자신이 없어 미리 나온건데 잘 놀던 아내의 흥을 끊어놓은 셈이다. 자다가 깨는 한이 있더라도 아내가 실컷 놀게 해줬어야 했는데...나의 귀차니즘으로 인해...

아내의 말을 들어보니 ** 엄마가 생일을 맞아 두달전부터 야심차게 계획한 거사(?)란다.

그런데 두 달전부터 계획한 생일 거사(?)가 친구들과 함께 고작 노래방에서 3시간 동안 노래부르는 것이었다니... 순간 가슴이 먹먹해왔다. 고만고만한 아이들 육아와 살림이 얼마나 고달픈 것인지, 얼마나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고통임을 잘 알고 있는데 그것을 보상받을 수 있는게 겨우 노래방이라니...그것도 두달전부터 계획한 것이라?

반대로 생각해보면 고만고만한 아이들 있는 엄마들이 친구들과 함께 늦은 밤에 번화가에 있는 노래방에 나올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가 얼마나 없다는 말인가? 그렇게 홀가분하게 나오려면 고만고만한 아이들을 누군가에게 맡겨야하는데...육아와 살림의 무게가 어느정도 인지 알만하다.

‘차라리 나이트 가서 원없이 마시고 춤추고 놀았더라면 좋았을텐데’

나는 이상한 것(?)만 상상하고 걱정하고 있던거다.

미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