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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조각 모음

남자가 퍼머하고 머리 기르면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내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13년만에 바꾼 헤어스타일 그러나..


저는 11개월째 머리를 기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가볍게 퍼머를 한 이후 올해 5월 두 번째 퍼머를 했고 그동안 한번도 머리를 자르지 않았습니다. 11개월 동안 단 한번도 머리를 자르지 않은 것이죠.

제가 머리를 기르게 된 이유는 내 자신의 변화를 위해서였습니다.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적응이 두려워 변화하기를 꺼려하고 그러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져들 수도 있지요.

군 제대 이후 늘 적당한 길이의 2:8 가르마 머리를 하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13년 정도의 머리스타일을 유지하다가 제 나름대로 큰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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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평균 이틀에 한번씩 감는데 머리를 감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을 찍어 놓으니 엄청 지저분해 보입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드럽게 웨이브 진 모습인데... 찍어놓고 보니 좀 엉성해 보이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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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은 방금전 머리를 감고 촬영한 것입니다. 샴푸했을때와 하지 않았을 때 차이가 납니다. 지저분한 정도 말이죠..



내 헤어스타일 변화에 태클거는 사람들


생전 처음 퍼머했을 때 타인의 시선 등 변화가 두렵기도 하고 어색했지만 점차 익숙해졌습니다. 점차 장발이 되어 가면서 제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상당히 길어서 단발인 아내보다도 더 길어졌습니다. 따라서 컴퓨터나 독서 등을 할 때는 아내의 머리띠를 빌어 착용을 하다가 최근에는 아예 새 머리띠를 구입했습니다.

생활하는데 불편이 따르더군요. 머리가 뒷목까지 내려오면서 잠잘 때 뒷목에 닿는 머리카락이 신경 쓰여 처음엔 잠도 못 이루었습니다. 제가 좀 많이 민감한 편이라서요. 여성들이야 늘 겪는 느낌이지만 저로써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것이라 낯설었던 것이죠. 그것도 한두 달 지나니 익숙해져 잠드는데 전혀 문제가 안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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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 주변에서 이런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장인어른께서는 제 머리를 보고 “윤서방, 머리를 좀 깎아야하지 않겠나?” 라고 하시면 저는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부모님께 물려받은 모발을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 했으니 앞으로는 머리를 뒤로 묶어볼 생각이라며 장인어른과 농담을 주고받곤 했습니다.

일전 포스팅에도 있지만 장인어른은 ‘공자왈, 맹자왈, 삼강오륜’ 등을 강조하시는 분이고 TV에서 젊은이들 성형수술 이야기 나올 때마다 제게 바로 저 부분을 강조하셨던 분이니, 유교경전(신체발부~)으로 응대한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씀을 안하셨습니다.

사무실에서도 머리를 자를 때가 되지 않느냐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그 미용실에 들러 어떻게 해야 하나 상의해보았습니다. 미용사는 예전처럼 자르테면 짧게 자르고 아니면 계속 길러서 관리를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지금 상태에서 조금 다듬는건 의미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기르게 된 것이죠.

선생질 하는 놈 머리가 저게 뭐여?  미친놈도 아니고...

문제는 이번 추석 때 시골에서 터졌습니다. 몇 달 전부터 계속 부모님께서 지적을 하셨지만 두어달 만에 집에 가니 부쩍 길어진 머리에 부모님은 기겁을 하셨습니다.

어머니 왈 “저게 뭐여, 선생질 하는 놈 머리가 뭐여. ○신, 미친놈도 아니고...”
(전에 퍼머 하고 갔을 땐 “남자놈이 왜 파마하냐며, 돈지랄이라 하시더니...ㅠ.ㅠ)

“허걱, 머리가 길다고해서 병○, 미친놈 이라니....” ㅠ.ㅠ

그런가하면 아버지께서는 연휴 첫날 “동굴에서 살다 왔냐? 오늘 이발소 열었나?” 하시면서 저를 시내 이발소에 데리고 가시려고 하는 겁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급수습은 했는데 이거 절망이더군요. 워낙 옛날 분들이라 그 어떤 설득이나 논리는 통하지 않기에 그냥 잠자코 있었습니다.

20일 후에 추수할 때 다시 내려온다고 하니 예전처럼 머리 짧게 깎지 않으면 시골에 오지도 말라고 강력하게 말씀하시더군요. 저는 “예! 예!”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라와서 미용실에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여태껏 기른 머리를 돌연 잘라내기가 아쉬워 못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20일 이내는 반드시 잘라야 합니다.

시골 부모님 기준에서는 여자는 긴 생머리, 남자는 짧고 2대 8 가르마 한 머리가 표준일 것입니다. 이런 부모님이 강남 한복판이나 혜화동, 신촌 등에 가셔서 젊은 사람들 머리스타일 보시면 입을 못 다무실 겁니다. 아마 계속 혀만 차고 계시겠죠.

부모님은 특성상 그렇다 쳐도 사무실에서  젊은 분들(거의 대부분 여성분)이 저더러 머리를 깎으라 하는 부분은 좀 그렇더라구요. 여성들 입장에서는 남자는 짧은 머리에 빗어 넘긴 모습이 가장 모범이고 표준으로 보이는가봅니다. 저는 그런 머리스타일이 고리타분 혹은 천편일률적이라고 생각하고 그것들을 깨트림과 동시에 개성을 살리고자 과감히 외적, 내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전반적인 시선은 그렇지 않은 듯 합니다.

이것을 사회 통념이라고 해야 할지? 만약 그렇다면 패션이며 개성인 머리를 파마하고 기르는 것이 사회 통념상 좋아 보이지 않는 것인지.... 그렇다고 약간 웨이브의 기다란 내 머리가 타인이나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결론을 내리면 뭘까? 남자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 편견? 선입견?


여하튼 저는 크게   외 치 고 싶습니다.

“남자도 머리에 웨이브 하고 좀 길러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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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토론 수업하는 아이가 그려준 제 모습인데요. 헤어스타일만 닮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제 머리스타일이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거짓말 잘 안하니까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