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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조각 모음

병원 냉장고 사용하는데도 텃새가 있네요

너무나 열악한 노인요양병원에서 고생중인 장인어른, 장모님

장인어른께서 노인요양병원에 누워 계신지 벌써 석 달째입니다. 석 달째 비워둔 처가에 도둑은 안 들었는지, 거미줄은 안쳤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장모님께서는 늘 비워둔 집이 걱정이지만 잠시라도 장인어른 곁을 비울 수 없어 그마저 쉽지 않습니다. 한달에 한두 번 처제나 아내가 처가를 둘러보긴 하지만 처가에서 살림을 하는 상황이 아니니 크게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노인요양병원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휴양’하면서 편하게 치료를 받거나 하는 '요양‘의 개념은 아닙니다. TV에서 보면 노인 분들이 휠체어 타고 병원 혹은 요양시설의 푸른 자연 속에서 산책하는 모습이 종종 보이곤 하는데요, 장인어른께서 입원해 계신 요양병원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요양, 휴양’ 개념은 없고 ‘집단수용’ 개념이 맞습니다.

한쪽 병동에는 말기 노인 환자분들이 호흡기에 의지한 채 일렬로 누워 계십니다. 흔히 하는 말로 오늘 내일 하시는 분들이 많죠. 다른 병동은 그나마 상태가 좀 나은 분들이 누워 계십니다. 5~6인실 병실처럼 필요하면 커튼을 치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10여명의 환자를 일렬로 배치한 것이죠.

환자 사이 아래에는 폭이 30센티 정도 되는 보호자용 보조침대(?)가 있는데 보호자들은 그곳에서 생활하며 잠을 잡니다. 너무 좁다보니 자다가 몸을 뒤척이는 것조차 불편하더군요. 5~6인실 일반 병실은 이 정도까지는 아닌데 많은 환자들을 수용하다보니 상황이 이럴 수밖에 없더군요.

아이들 데리고 자주 문병을 가지만 참 보기 좋지 않은 점도 있습니다. 대소변 갈아주는 장면을 거의 여과 없이 봐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들이 노인분들이고 촘촘하게 많은 인원을 수용하다보니 커튼은 불필요한 듯 보였습니다. 아무리 연로한 환자분들이라고 해도 인권이 있는데 말이죠.

어느 날은 간호사분들이 그러더군요. 가능하면 아이들은 병원에 데리고 오지 말라고 말이죠. 병원내 감염 등의 문제도 있지만 건강 상태나 모양새가 매우 안 좋은 노인 환자분이 들어오면 그 치료과정을 고스란히 봐야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치매 환자는 갑자기 과격성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알코올중독 노인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가도 2~3분 정도 잠깐 얼굴 보여드리고 병원 마당에 나가 있거나 금세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장인어른께서 아이들 보고 싶다고 하셔서 무척 자주 가는 편이기도 하지만요.

환자 수십명에 냉장고 2대, 냉장고 사용에도 '텃새'
장모님 밥을 비닐 봉지에 담아 빈틈에 끼워넣어야 하는 이유


여하튼 병원의 시설을 탓할 일은 아닙니다. 저희가 선택해서 들어갔기 때문이죠.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좀더 편안하고 깔끔한 병원으로 모시고 간병인도 쓰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야기 들어보니 그 병원에서 벌써 수년째 자리를 지키고 계신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2~3일에 한번씩 아내나 처제가 장모님 식사를 실어 나르고 있는데요. 비닐봉지에 밥만 갖다 드립니다. 외진 곳이라 병원 근처에 마땅한 식당도 없고 자리를 비워두고 식당에서 하루세끼 식사할 여건도 안 됩니다. 아내가 비닐 봉지에 장모님 '밥' 담는 모습을 보면 참 마음이 쓰립니다.  

환자는 20여명이 넘는데 냉장고는 고작 두개뿐입니다. 냉장고 사용에도 텃새가 존재하더군요. 오랫동안 병실을 지키고 계신 보호자들의 음식이 이미 냉장고를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밥을 주먹밥 형식으로 조금씩 봉투에 담아 최대한 빈틈을 찾아 찔러 넣는 것입니다. 얼렸다가 전자레인지에 녹여 드시기도 하고요.

병원내에서 불을 이용해 국이나 찌개를 끓여먹을수도 없는 일이고 집에서 끓여온다해도 마땅히 보관할 방법이 없습니다. 때문에 장모님은 종종 컵라면을 드시며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드십니다. 저도 그렇지만 국물 없이 반찬만으로 식사한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장모님이 체격이 좀 있으신데 지난 석 달 동안 정말 눈에 띄게 홀쭉해지셨습니다.

주무시는 것, 식사하시는 것도 매우 불편하고 장인어른이 무척 완고한 분이라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이 받습니다. 여러 상황이 불편하더라도 마음만이라도 편하면 좋을 텐데 말이죠. 새장에 갇힌 새처럼 마음이 답답하다고 하십니다. 간혹 옆에 분에게 잠깐 봐달라고 하고 병원 밖으로 나오시기도 하는데 그래봐야 1시간도 안되죠.

누워계신 장인어른의 불편함은 이루다 말로 할 수 없지만 간호하는 장모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장인어른께서 언제 일어설지 기약도, 보장도 없는 상황이라 혹여 장모님까지 병 얻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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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한끼씩을 비닐 봉지에 담아 병원 냉장고 빈 구석구석에 밀어넣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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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사용에도 텃새가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