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동이야기

본연 업무 아닌데 십시일반으로 산모 도운 직원들


살다보면 당황스럽거나 긴급한 혹은 곤란한 상황에 처할때가 있다. 예를 들어 급하게 공중화장실에 뛰어 들어가 일을 보고 나서야 휴지가 없음을 알았을 때, 술 취해 막차 지하철을 탔는데 새벽에 깨어보니 지갑, 휴대폰은 물론 양복까지 털린 상태로 역 광장에 쓰러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등등.

이런 상황이라면 당황스럽고 긴급하며 곤란하다. 이럴 때(전자) 누군가 옆칸에서 살짝 휴지를 내밀어 주거나 (후자)해장국 사주며 차비까지 쥐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꿈꾸는 미담을 한번 적어 봤다. 이런 세상을 가득했으면 하는게 내 바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 블로그 이름이 ‘새롬이 아빠의 동화세상’ 이고 그 안에는 <나의 감동적 사실동화>와 <감동스토리>라는 폴더가 따로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감동이나 미담 사연을 종종 찾아나서고 있다.

그런데 미담 하나가 내 귀에 팍 꽂혔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당황스럽고 긴급하며 곤란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게 해 준 사연의 미담이랄까? 그 상황을 간단하게 스케치해보면 이렇다.

지난 2월 서울에서 셋째를 제왕절개로 출산한 산모가 있었다. 남편이 능력있는 편이 아니라 아내가 어렵게 생계를 꾸려왔는데 제왕절개 수술로 셋째를 낳고 나서 수술/퇴원비가 없는 극한 상태에 이르렀다. 출산 3일 만에 병원을 몰래 빠져나와 퇴원비 마련에 매달렸지만 허사였다. 시댁도 형편이 안되고 친정에는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던 그 산모는 문득 서울시 120번 다산 콜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안내원으로부터 기초수급생활대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받기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러나 시 직원들은 동사무소 등에 전화해 이웃돕기 성금과 시 직원들의 업무성과 포상금 등을 개인자격으로 내 놓아 수술/퇴원비 120만원을 마련해 줬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알고 있는 120번 다산콜센터는 수도, 가스, 생활일반 등의 전화민원서비스인데 이웃돕기까지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114 안내처럼 “안녕하세요 고객님, 무얼 도와드릴까요?” 이런거 하는 곳 아닌가? 여하튼 어려움에 처한 고객을 제도권 밖이라고 해서 나몰라라 하는게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여러군데 알아봐 십시일반으로 도와줄 수 있는 직원이 있다는데 괜히 뿌듯했다.

사실 괜히 뿌듯한건 아니다. 나도 4살과 갓 100일 지난 두 아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나 어린이 이야기만 나오면 눈과 귀가 집중되는게 엄마 아빠 마음 아닌가? 그래서 저 미담이야기에 관심이 더욱 가게 된 것이다. 120번 도움으로 일시적인 위기를 넘기고 지금은 잘 생활하고 있다니 말이다.

-콜센터 직원 얼마나 친절한지 가상 상황 만들어 직접 전화, 취재

그런데 여기서 가만히 있을 새롬이 아빠가 아니다. 듣고 봐서 아는 것보다는 직접 체험 또는 경험을 통해 알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그래서 내 블로그는 머리에서 생각하고 짜 낸 글보다 현장성 있는 글이 대부분이다. 콜센터 120번 상담원들이 어떻게 고객을 응대하는지 직접 취재해보고 싶었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세웠다. 지금부터 동영상 녹화가 들어간다.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내가 있는 곳은 경기도니까 02-120을 눌렀다. 친절한 음성이 나왔다. 전화번호 안내 114 직원과 통화하는 느낌이었다.

‘가상의 사정’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몸을 다쳐 일을 못나가는데 기초수급생활대상자가 아니라 지원도 못받고 5살 큰아이 어린이집도 못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사실 비용때문에 못가고 있는건 맞다). 어린이집 가고 싶어 울고 불고 난리났다고..도움 받을 길이 없냐고 내가 물었다. 내가 절박하게 말을 하니까 콜센터 직원은 그 딱한 사정을 같이 고민하고 동감하는 어조로 응대해줬다. 같이 안쓰러워하는 어조 말이다.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잠시 후 휴대폰으로 다시 연락이 왔다. 직원들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역시 기초생활대상자가 아니라 공식적인 지원은 받기 힘들다고 상담원은 전했다. 나는 다시 한번 긴급한 상황임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상담원은 서울시 복지과 담당자 연락처와 이름을 알려주며 방법을 그 쪽에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고 어떤 방법이 있는지 모색해보자고 했다.

취재 결과 역시 내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자신들이 도울 수 없는 영역, 다시 말해 본연업무의 외적 상황이라고 해서 외면하거나 바로 끊어버리지 않고 따뜻한 말 한마디와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위로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 비록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마음만은 뿌듯할 것 같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인사 잘 하고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대하는 식당이 있으면 자꾸만 그 식당으로 발길이 가는 것처럼 말이다. 인지상정 아닌가?

‘가상의 상황’에 진지하게 같이 고민해 주신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 친절한 상담원께 감사와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 미리 밝히고 못한점 말이다. 120번에 내 이야기가 녹음되는 것  알고 있으면서도 있는 그대로를 취재하기 위한 방법이었음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