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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야기

우울증 증세 아내 위해서라면...


7월 16일 새벽 3시, 벌건 눈을 비비고 세간이 가득 쌓인 창고방으로 살그머니 갔다. 지금 하는 일을 아내에게 들키면 안된다. 창고방에서 결혼전 내가 찍어준 아내의 사진이 들어있는 사진첩을 꺼내 한 장 한 장 넘기며 일일이 동영상을 촬영한다. 이것이 아내를 위한 깜짝 이벤트이다. 돈을 안들이면서도 아내를 기쁘게 해줄, 감동스럽게 해 줄 방법.

이런 이벤트를 준비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아내는 요즘 ‘우울증 중’이다. 본인도 우울증이라고 말한다.

첫째는 아이들 때문이다. 에어컨도 없는 좁은 찜통 빌라에서 네 살바기 큰녀석과 갓 100일 지난 둘째에게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안에서도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큰녀석과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 칭얼거리는 둘째 녀석때문이다. 한술 더 떠 안고 서 있다 살짝 앉기라도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울어댄다. 안고 서 있으라는 이야기다. 화장실에 가도 둘째 녀석을 안고 있어야한다. 고문중에 고문이다. 밤새 둘째 녀석 젖 주랴, 큰 녀석 땀띠 때문에 칭얼거리면 부채 부쳐주랴, 잠도 제대로 못 자 다음 날 무척 피곤한데 쉴 틈을 주지 않는 녀석들이다. 둘째 안고 서서 졸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나마 큰 녀석 때문에 서서 졸지도 못하는 상황이니 아내의 스트레스가 어느정도 인지 알만하다.


둘째는 확 풀어버릴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위층 혹은 아래층에 또래 아줌마가 있어 수다라도 떨면 마음이 이렇게까지 답답하진 않을텐데, 모두 이사가버렸다. 아이 둘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에 있는 친구집까지 가기에는 너무 벅차다. 힘이 빠져 작은 녀석 안고다니는 것도 힘들어하는데 역시 무리다. 어쩔수 없이 좁은 집에서 혼자 멍하니 있어야한다. 창살 없는 감옥이랄까?

셋째는 뱃살이다. 둘째 낳고 나서 뱃살이 쪘다. 내가 보기에는 살이 찐건 아니고 임신때 볼록했던 배가 출산 후 아직 완벽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뱃 가죽(?)이 늘어진 것이다. 아내는 그것을 움켜쥐고 우울해한다. 늘씬했던(?) 몸매가 엉망이 됐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은 애 낳고도 날씬한 몸으로 방송에 나온다며 불만이 많다. 내가 볼 땐 별로 신경쓸 일이 아닌데 말이다. 뱃살이 좀 늘어지면 어떠냐 생각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내는 두 아이 엄마이기 전에여자이다. 우울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출산 후 우울증이 찾아올만도 하다. 그래서 아내의 울적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해 주려고 이런 이벤트를 준비했다. 두 아이의 엄마든, 뱃살이 있든 없든 이쁜 당신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말이다. 아내는 자신의 얼굴이 이런데 나오는걸 무척이나 좋아하니까 말이다. 지금은 아줌마라며 잘 꾸미지도 않고 생활하지만 말이다. 결혼 전 활짝핀(?)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을 갖고 우울을 기쁨으로 바꾸면 좋을텐데...^^

동영상 편집과 글을 끝내는 지금, 벌써 바깥이 훤하다. 이 글과 동영상 올려놓고 출근해야겠다. 출근해서 아내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려줘야겠다. 당신의 예쁜 얼굴이 음악과 함께 올라가 있다고 말이다. 퇴근해 들어가면 오늘은 활짝 웃고 있을까? 어제보단 기분이 좋아있겠지? 은근히 기대도 되고 슬며시 웃음도 난다.

혹시 나처럼 아내를 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 분들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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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깜짝 이벤트가 아내의 기분을 전환시킬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