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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실동화

[사실동화] 1. 귀머거리 중국집 종업원과 성식이

 

중국집 종업원, 그런 사연이 숨어 있었습니다.

1. 귀머거리 중국집 종업원과 성식이


성식이는 중국집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종종 자장면 생각이 나면 중국집을 찾곤 했다. 집 근처에는 서너 군데 중화 요릿집이 있었는데 성식이는 중국 사람이 직접 운영하는 자장면 집만 갔다. 그런대로 맛이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토요일 퇴근길에 성식이는 그 중화 요릿집에 들러 간 자장을 먹었다. 집에 들어가봐야 마땅히 먹을 밥이 없었던 성식은 그렇게 한 끼를 때우기로 했던 것이다.


맛있게 자장면을 먹고 난 성식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갑을 통째로 사무실에 놓고 왔기 때문이었다. 밖에 세워놓은 차에는 100원짜리 동전 몇 개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성식이는 안절부절 못했다. 얼굴이 새빨개진 성식은 중간에 서 있는 종업원에게 다가가 머리를 긁적이며 사정조로 말을 했다.


“저어, 죄송한데요. 제가 지갑을 사무실에 두고...”


성식이는 종업원의 어떤 대답도 떨어지기 전에 말을 이었다.


“길 건너면 바로 저희 집이거든요. 바로 갖다 드리면 안 될까요?”


성식이의 간절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그 종업원은 솔깃도 하지 않은 채 주방쪽으로 가버렸다.


성식이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종업원에게 순간 화가 났다. 성식이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한걸음에 집에까지 뛰었다. 횡당보도가 있는 신호등까지 가지도 않고 넓은 도로를 단숨에 건넜다. 일부러 중국집 앞에 세워둔 차를 놓고 집에까지 뛰어가 간 자장 값 3000원을 가져왔다.


“자, 3000원 여기 있습니다. 치사하게 그러지 말아요. 3000원 때문에 사람을 못 믿다니... 왜요? 제가 3000원 떼먹고 저 차 타고 달아날 줄 알았나요?”


성식은 손님들이 있는데서 종업원을 향해 계속해서 쏘아붙였다.


“진짜, 이러는 거 아닙니다. 제가 아까 길 건너 산다고 했지 않았습니까? 그걸 못 믿어요?”

“...”


성식이의 일방적인 공격이 계속되는 동안 그 종업원은 아무 말도 못하고 오히려 성식이를 응시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이었다. 종업원의 이런 모습을 보자 성식이는 더욱 화가 났다. 그래서 한참을 더 퍼부을 참이었다.


이때 2층에서 중국인 주인이 내려왔다. 손에는 그릇이 가득한 쟁반을 들고 더듬더듬 우리말로 성식에게 말을 건넸다.


“손님, 죄송합니다. 얘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손님을 못 알아본 모양입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손님께서 급하게 나가시는 바람에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주인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주인장은 성식이의 소매를 끌며 그 종업원이 보이지 않는 식당 모퉁이로 성식을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성식이에게 말했다.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저 애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합니다. 며칠 전에 저희 가게 앞에서 떨고 있길래 갈 데도 없는 것 같고 그래서 제가 데리고 있는 아이입니다.”


성식이는 그제서야 자신이 화를 내고 있을 때 그 종업원이 왜 멀똥멀똥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됐다. 또한 성식이는 그 종업원이 알아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인데도 불구하고 성식이를 안 보이는 곳으로 데려와 작은 목소리로 그 사정을 얘기해주는 중국인 주인의 배려 깊은 행동을 보고나서 성급했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