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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발견

선생님이 여자아이 몸을 더듬었다고?


오늘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 3명 모둠 수업을 하는데 식은땀이 흐르고 정신이 멍해질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황당하고 당황한적이 또 있을까요?

초등학교 2학년인만큼 종종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고 산만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날 기분에 따라 떠들고 장난치고 심지어는 방에 드러눕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오늘도 그런 경우중의 하나였습니다.

한 여자아이가 책을 읽다말고 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안하는 겁니다. 말을 해도 안들으니 어쩝니까? 등과 팔을 잡고 일으켜 앉혔지요. 수업태도 안좋으면 엄마한테 문자보내서 혼나게 한다는 ‘경고’와 함께 말이지요.(수업 태도 바로 잡는 방법중의 하나죠)

그런데 몸을 일으켜 앉히는 순간 그 친구가 소리를 꺅 지르며 ‘선생님 변태’하며 방 구석으로 후다닥 달아났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두 친구도 소리를 지르며 구석으로 도망가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00이 몸을 만졌다며 ‘변태’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집에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었지요. 허걱 이럴수가~

속으론 당황했지만 태연하게 변태가 뭐냐고 되물으니 몸을 더듬는거라고 하더군요. 부모님이나 가족이 만지는건 괜찮지만 다른 사람이 더듬으면 변태라고 말이지요. 수업 진행을 위해 몸을 일으켜 세운 행동이 몸을 더듬는 '변태 행위'로 확대 재생산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선생님이 더듬었다고 엄마에게 이야기하면???

수업 내내 ‘몸 더듬거렸다. 변태다’라는 아이들의 소란한 멘트로 원활한 수업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이나 이해를 시키는건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았습니다. 어린이 납치, 성추행 등 일련의 사건들을 이 친구들도 잘 알고 있는터라 가족 아닌 다른 사람의 접촉은 경계해야 하고 ‘이상한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는 것입니다. 그가 비록 잘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이지요.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마음속으로 영 편치 않았습니다. 세 친구가 집에 가서 밤에 엄마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구요. 초등학교 2학년 정도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 학원에서 있었던 일 등을 엄마에게 재잘재잘 곧잘 얘기하는 법이거든요. 시시콜콜한 것 까지도...그런데 혹시 그 친구들이

“선생님이 00이의 몸을 더듬었다?”

이렇게 말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먼저 아이들 어머니께 오늘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을 전화로 말씀드릴까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일로 먼저 연락을 드렸다가 어머님들께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신다면 괜히 저만 뻘쯤한 상황이 되는 것이고, 아이들의 말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신다면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데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참으로 애매모호한 상황이지요.

아무리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도, 아니 영유라해도 아이들의 신체를 잠깐이나마, 자의든 우연이든 접촉하는게 이상한 사람이 되는 현실이네요. 초등학교 남성 교사분들도 이 부분에 대해 신경이 좀 쓰일 것 같군요.

아이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혹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그 예전 학생들과 선생님과의 추억~~ 이제는 영영 볼 수 없게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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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의 신체 접촉에 있어 요즘 초등학생은 결코 어리지 않다 ⓒ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