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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조각 모음

돌잔치 포기한 이유 '초대하는 사람도 오는 손님도 부담'



8개월째 접어든 둘째, 첫돌이 이제 4개월 남았다. 돌잔치 하려면 6개월 전부터 예약해야한다던데 사실 6개월 전에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엊그제 아내가 근처에 있는 뷔페집 몇군데를 알아보더니 밥값이 1인당 2만3천원이라고 했다. 큰아이 돌잔치 때도 2만3천원이더니 어째 밥값은 그대로다. 하지만 결코 싼 가격은 아니다. 가격이 좀 싸다 싶으면 지하철이나 버스 등 교통편이 안 좋았다.

-돌잔치 참여자 명단 뽑다보니...청첩 보내면 부담스러워 할 사람 많아..

아내가 슬슬 명단을 뽑기 시작했다. 친척, 친구, 전에 다니던 직장동료, 그 밖의 지인. 나더러 명단을 뽑으라고 했다. 사람 명수를 대략 맞춰야 예상 인원으로 예약해 식사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휴대폰에서 참여가능한 사람들 명단을 뽑기 시작했다.

명단을 뽑으면서 “이 사람 청첩장 보내면 올까?” 하고 의문스럽기도 하고, 기쁜 마음으로 올 것 같은데 축의금 들고오는 걸 부담스러워 할 것 같은 사람도 있다. 그동안 그 사람을 겪어본 경험에 의하면 말이다.

아내는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 2만 3천원짜리 식사 100명=230만원. 누구누구는 그집 돌잔치때 10만원 냈으니까 10만원 가져올테고, 누구는 기본으로 5만원이고....풍선 얼마, 사진, 비디오 얼마...이리하면 밥값 나오고 저리하면 풍선값 나오고 어쩌구 저쩌구~

나는 셈에 밝지 못해 아내가 하는 대로 보고만 있다. 다시 휴대폰 보며 명단을 뽑는데 잠시 망설여졌다. 이 사람들을 명단에 넣어야하나 말아야하나 하고 말이다.

사업이 잘 안돼 직원 월급도 못주고 결국 살던 아파트 내놓고 집이 팔리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지인. 또 대기업 등에서 강연을 하다가 남편 사업 망해 촌동네 언덕배기 좁은 주택으로 이사온 사람 등등.

지인들을 주욱 둘러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무척 많다. 제 3자에게 들어서 어렵다는 것을 알 때도 있다. 이럴 땐 선뜻 연락하기도 좀 그렇다. 서로 잘 되고 해야 만나서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할텐데 상대방이 안좋은일이 생기면 연락하기가 왠지 모르게 꺼려진다.

다시 명단을 뽑으며 생각한다. 돌잔치를 꼭 해야 할까 하고 말이다. 어려운 사람들이 숱한이 시점에서 청첩장 보낸다고 다 참석할까?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까? 돌잔치 하는 내년 3월 말에는 다른 결혼식도 많을텐데....

그렇다고 첫아이는 돌잔치 해주고 둘째는 안 해주면 그것도 좀 그렇지 않은가? 나중에 둘째가 커서 “왜 형아는 돌잔치 해주고 나는 안해줬냐”며 서운해 하면 어쩌나. 사실 이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이다. 둘째가 서운해 한다는 말. 그래서 형, 누나들이 둘째 돌잔치는 꼭, 반드시 해주라는 말을 딱지 앉게 들어온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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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즐거움을 서서히 알아가는 둘째, 첫돌에 대한 추억은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추억을 만들어주려고 한다. 아빠의 솜씨를 최대한 발휘해서~




아이 위한 잔치인가? 어른 위한 잔치인가 하는 생각도..

곰곰이 생각했다.

사실 축의금이 아니면 식대 때문에 빚 얻어 돌잔치를 해야할 형편이다. 지인들이나 새롬이네나 어렵기는 별반 다를 바 없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어렵다. 청첩장 받아보는 이나 보내는 이나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이다.

아이를 위한 돌잔치인가? 어른들을 위한 돌잔치인가? 돌잔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서 이것까지 생각하게 됐다. 축하해주려고 오는 것인가? 마지못해 인정상 축의금 들고 오는 것인가? 전자, 후자 다 있으리라. 청첩 보내는 사람도 알고 받아보는 사람도 알고... 축의금이 부담스러워 다른 일 있고, 다른 사람 결혼식 있고 지방 출장중이고 멘트하는 사람들도 있을테고...나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참 이야기 끝에 아내와 나는 둘째 돌잔치를 안 하기로 결정했다. 시댁, 친정식구들끼리 식사나 한번 하기로 결정했다. 지인들의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어렵게 축의금 들고 오는 사람들을 맞이해야 하는 우리도 부담은 마찬가지니까.

가장 소중한 추억거리는 어떻게 하냐고요?

내년 3월 말이니까 한참 봄꽃들이 피어날 것이고 식구들 한복 다 있으니 그거 입고 야외에서 가족사진 찍어 큼직한 액자로 하나 만들 생각이다. 포토샵으로 ‘둘째 재롬이 돌사진’이라고 써 넣을 수준은 되니까요 ^^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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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새롬이 돌잔치때 사진. 둘째 재롬이가 좀 더 커서 "왜 나는 돌잔치 사진 없어?" 라고 물어본다면? "왜 없어?" "아빠가 찍어준거 여기 있잖아"하면 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