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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맛

어린이집 적응 스트레스? 우리아이만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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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개월 새롬이가 어린이집에 입학을 했는데요



집에선 천방지축, 어린이집 가면 소극적인 아이

큰아들 새롬이(본명 윤세영)가 다섯 살(생후 43개월-만 3세)이 되면서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지난 2일 입학식을 치렀습니다.

사실 걱정 많이 했습니다. 지금껏 엄마 아빠를 떨어져 생활한 적도 없고 특히 엄마가 잠시라도 안보이면 울면서 찾곤 했으니까요. 물론 외할머니를 무척 좋아해서 3~4일씩 외가에 서 지낸적은 종종 있지만요.

첫째, 녀석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소극적입니다. 친해지면 그럭저럭 어울리는데 먼저 다가갈 줄을 모릅니다.

집에서는 천방지축 까불어도 밖에 나가 누군가를 대할 때면 조용해지는 녀석. 그런데 새롬이는 말로 잘 설명하면 알아듣는 아이입니다. 입학 몇 달 전부터 정신교육 아니 거의 세뇌교육을 시킬 정도였죠. 왜 어린이집을 가야하는지, 엄마 아빠 없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지 등을 물어보고 대답도 듣곤 했죠.

말은 정말 유창하게 잘합니다. 어린이집 가서 친구들과 잘 놀고 혼자서 밥 먹고 공부도 하고 등등 뭐든지 혼자서 잘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뻥뻥 칩니다. 어린이집에 가면 놀 것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그것에 대한 기대감도 큰 것이지요. 그래서 말이 앞서는 겁니다.

그러나 막상 어린이집에 입학하고 보니 두 가지 마음이 갈등을 하는 것 같더군요. 놀잇감으로 신나게 놀 생각과 엄마 아빠와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부딪히는 겁니다.

입학첫날 : 바닥에 누워버리다

3월 2일 강당에서 입학식을 마치고 원아들은 담당 선생님을 따라 아래층인 각 반으로 들어가고 학부모는 그 자리에서 세부 설명을 들어야했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선생님을 따라 갈 녀석이 아닙니다. 하는 수 없는 엄마는 설명 듣고 제가 손잡고 교실로 들어갔죠. 다른 아이들은 장난감 갖고 놀고하는데 이 녀석은 아빠 바짓가랑이를 잡고 꼼짝도 안하는 겁니다.

제가 이동하면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구요. 멀찌감치 에서 친구들을 지켜만 보는 것이죠. 중요한 설명좀 듣고 곧바로 내려올 테니 잠깐 동안 아이들과 놀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울고불고 난리가 났습니다. 바닥에 드러누워서 엄마 찾고 ‘땡깡’ 부리니 선생님도 통제 불가더군요.

실내놀이터에에서는 미끄럼타고 비교적 활동적으로 노는데 교실에만 들어가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꿍하니 그러고 있는 겁니다. 입학식날은 그렇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끝났습니다. 집에 돌아와 다시 한번 설득하고 알아듣게끔 설명에 설명을 거듭했지요. 녀석은 내일부터 잘 할거라고 다짐을 하더군요. 늘 말뿐인 다짐이지만요.

3월 3일 둘째날 : 선생님만 졸졸 따라다니다

엄마가 밖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새롬이는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여전히 창쪽만 응시하고 있었죠. 어제 잘 이야기한 탓인지 그날은 울거나 생떼를 쓰지는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하자는 대로 손에 이끌려 수동적으로 움직일 뿐이었죠. 엄마를 크게 찾는 것 같지 않아 일단 철수했습니다.

적응기간이라고 해서 1시 조금 넘어 데려왔습니다. 밥도 혼자 먹고 쉬도 혼자 잘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선생님께 들으니 내내 선생님만 졸졸 따라다녔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은 노는 것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고요. 그래도 전날인 입학 때보다는 나아졌습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녀석에게 또 설명을 해줘야했습니다. 왜 어린이집을 다녀야하는지, 친구들과 왜 어울려야하는지 등등.

3월 4일 셋째날 : 여전히 선생님만 따라다니는 녀석

출근길에 제가 데려다주었습니다. 저녁때 데리러 온다며 빠빠이 했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선생님 손을 잡고 들어가더군요. 이날 오후 간식으로 떡볶이가 나왔다는데 녀석은 그것을 보자마자 내뺐다고 합니다. 콜라, 사이다와 함께 떡볶이는 매워서 못 먹는 음식으로 알고 있거든요. 선생님이 맵지 않으니 한번 먹어보고 먹든지 말든지 하라고 해도 녀석은 막무가내로 뿌리쳤다고 합니다.

셋째날 역시 선생님만 졸졸 따라다녔고 친구들이 하는 놀이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기도 하고 어느 한 순간 조금 어울렸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하루하루 비교적 잘 적응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날은 일부러 5시에 데리러 갔습니다. 더 빨리 적응시키기 위해 실험을 한 셈이죠. 엄마 아빠를 찾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날 집에 와서 녀석이 어린이집에서 뭐를 어떻게 놀았는지 재잘재잘 설명하는데 잘 보낸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 뒤를 졸졸 따라다닌 것만 빼면 말이죠. 이제 더 이상 설득하지 않아도 녀석은 잘 적응할 것 같았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한다면 말이죠. 어린이집에서 실컷 놀 생각에 부풀어 있는 새롬이,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 잠든 상태에서 토하고 고열나다, 스트레스때문??

새벽 4시, 제 옆에서 자고 있던 녀석이 갑자기 꾸르륵 꾸르륵 하면서 몸을 비틀더군요. 세상에 이럴수가. 잠이 든 상태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토악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뭘 그렇게 많이 먹었는지 끝도 없이 나오는 토악질. 아내와 저는 후속조치를 하고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지요.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한 우리가족. 물론 녀석은 일을 벌인 후 쌔근쌔근 잘만 잤습니다. 우리는 어린이집 급식부터 집에 와서 먹은 음식물을 일일이 분석하며 토한 이유를 밝히려했지만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새싹 비빔밥을 먹었다는데 그게 잘못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 어느 것도 단정지을 순 없었죠. 집에 와서 먹은게 탈이 난것일수도 있으니까요.

날이 밝자 새롬이는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어린이집에 못 간다고 전화해주고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줬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시름시름하더니 열이 39.7도까지 올라가는 겁니다. 장염에 걸린 것인가 생각도 했죠. 그때 마침 지인이 전화 와서 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린이집 적응할 때 특히 처음가면 환경이 바뀌고 스트레스 받아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자신과 주변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더군요.

병원가면 한참 줄을 서야할 것 같아 우선 급한대로 해열제를 사러 약국에 갔습니다. 3일째 똥을 못 누고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어린이집 이야기를 했더니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집에 있었더라면 편하게 똥을 누울수도 있는데 3일째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집에서처럼 편하게 똥이 나오지 않아 굳어진 것일 수도 있구요.

똥만 누면 열이 내릴거라는 약사의 말에 따라 관장약으로 해결하고 해열제 먹여 재우고 있습니다. 눈 뜨면 어린이집 가고 싶다고 할 텐데, 적응하기 참 힘드네요. 아니 겉으로 보기에는 잘 적응하는거 같아 보이는데 녀석 딴에는 그렇지 않은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내일은 어떻게 지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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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이라 그런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멀뚱하게 서 있는 새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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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보이지 않자 금세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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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누워버린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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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추신 : 결국 3월 6일에도 어린이집에 못 갔는데 점심 먹다 또 토했다고 하네요. 병원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