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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발견

"여기도 안돼, 저기도 안돼, 그럼 어디에 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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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위해 시설 전자파 중계기 "우리 동네 절대 안돼"


분당 신도시 최대의 공원, 중앙공원입니다. 끝과 시작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을만큼 광대하고 산림이 우거진 곳이기도 합니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이 공원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저는 이 일대 아파트를 방문하며 토론, 논술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공원과 큰길가 사이에 나무 모양의 탑(20미터)이 세워졌습니다. 휴대폰 신호 중계기입니다. 사용량이 많다보니 전파회사가 적법절차에 따라 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고 이 탑을 설치한 것인데요.

요즘 공원 일대 주민들이 난리났습니다. 이 시설물 때문에 말이죠. 구청에 민원 계속 올리고 물리적, 법적인 조치를 취해서라도 이 시설물을 반드시 철거하겠다는 거지요.

주민들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 아름다운 자연 공원에 흉물스런 철탑 인공구조물은 설치할 수 없다.
2. 뇌종양 등 전자파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이 위해물은 이곳에 설치할 수 없다.

그러나 실질적인,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꺼내지 않습니다. 혐오, 위해시설에 따른 아파트 값 하락 우려죠. 사람 사는 곳이라면 늘 이런 문제에 부딪히게 되지요.

초등 4학년 아이 "다른데서도 반대할텐데, 어디에 세워요?"

본격적인 토론 수업에 들어가기전 아이들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했죠. 보기에도 안좋고 전자파 등 건강에 해가 있어 이곳에 탑을 설치하면 안된다고 말들을 하더군요. 아이들이니까 아파트 값 하락 얘기는 모르더군요. 그런데 한 친구가

“선생님 그거 설치안하면 휴대폰 잘 안터지지잖아요? 그럼 어디에다 설치해요?”
“글쎄, 다른 곳을 다시 찾아야겠지?”
“그럼, 다른 곳에서도 사람들이 반대하지 않을까요?”
“......”
“결국 어느곳에도 설치할 수가 없는건가요?”

저는 잠시 머뭇했습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궁극적인 이유, 즉 아파트 값 하락에 대해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저로써는, 궁금한 현안점을 묻는 아이들에게 터 놓고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 친구들의 부모님을 포함한 어른들의  이기적인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니까요.

“그게 님비현상이라는 거란다. (NIMBY)-'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 라고 설명을 해줬지요.

어른들 속에서 님비현상 배우는 아이들 "안타깝다"

토론수업이 끝나고 어머니와 이 문제 이야기해봤는데, 눈치가 보여 설치 반대에 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엘리베이터 같은 곳에 반대행동 등 공지문 붙은거 보고 아이들이 물어보곤 하는데, 어른으로써 답해주기 곤란할때가 있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정확한 까닭도 모른채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집단 이기주의를 배워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 공공 시설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고, 대안점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위해성과 미관 등 부정적인 것만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지역뉴스에서 조차 대안제시를 하지 않고 위해시설로 주민들의 건강이 우려된다고 헤드라인을 뽑고 물리적,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중계기를 철거하겠다는 주민 인터뷰 내용을 집중적으로 전했습니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냉철하게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에게 그러한 수업을 지도해야하는 제 입장에서 이런 경우 어떻게 이야기해줘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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