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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톺아보기

100억 부자의 외침 ' 나를 인형취급 하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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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가난이 비교, 대조될때는 늘 상징적으로 포이동 판자촌과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소개됩니다. 빈자가 가진 따분함과 가진자가 갖는 따분함, 이 따분함을 벗어나기 위한 자극...부자들도 이러한 자극을 원하고 있는 줄도 모릅니다. 사회적 시선이 무서워 표출하지 못할 뿐이죠.


중국 '재벌 2세 거지'가 찾으려고 했던 '자극'은 무엇이었을까?


중국에서 참 재밌는 일이 벌어졌네요. 길거리에서 밥도 굶고 어머니가 아픈데 병원비가 없다고 구걸하던 남자가 재벌 2세로 밝혀지면서 이슈가 되고 있네요. 재벌 2세나 다름없는 삶이 따분하다고 느껴져 자극을 받으려고 거리에서 벌인 자작극이라는 게 드러나면서 거센 비난도 쏟아지고 있군요.

이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대략 살펴보니 ‘철부지 도련님’이라거나 정신병원에 가보라는 등 그 수위는 정말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유한 삶에서 따분함을 느꼈다는 그 ‘재벌 2세 거지’가 받고자했던 ‘자극’이 뭔지 생각해봤습니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고 싶어 하는 ‘자극’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 지긋지긋한 삶에 넌더리와 따분함 때문에 로또에 당첨되는 즉 벼락부자 되는 ‘자극’을 느끼고 싶어할 겁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재벌 같은 부유한 사람들은 그 부유함의 넌더리와 따분함 때문에 거지가 돼 보는 색다른 ‘자극’을 느끼고 싶어할 것입니다.

빈자가 부자되는 '자극' 원한다면 부자도 평범한 일상의 '자극'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 글에서는 전제가 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부유함에 넌더리와 따분함이 느껴진다는 부분인데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다르고 상대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인간의 삶에서 부유한 삶이 따분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극히 드물 듯 합니다. 물론 이것은 가난한 사람의 관점에서 부유한 사람들의 입장을 본 것이지만 부유한 사람들 당사자들은 어쩌면 따분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일이지만요.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편하게 길거리에서  떡볶이도 먹어보고 영화도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늘 무엇인가에 매여 있는 삶이 답답하다고 종종 연예뉴스를 통해 심정을 토로하는 모습을 봅니다.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대신 그들만의 세계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에 만족하면서도 마음 한켠엔 대중들의 일반적인 삶을 누리고 싶어하는 탑 연예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마찬가지로 재벌 2세 거지도 평범한 삶에 대한 색다른 경험, 자극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10년전 잠깐 알게된 100억 부자, "나는 정말 불행한 사람, 나는 감정 없는 고운 인형일뿐이다"

벌써 10년 전 일이네요.

당시 인터넷 채팅이 한참 유행할 때 온라인에서 한 친구(제가 나이는 더 많았음)를 잠깐 동안 알게 됐습니다. 20대 초반의 여성인데 집안이 100억대 그 이상의 재산을 가진 부자였습니다. 한번도 만나보진 못했지만 온라인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한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20대 초반 나이에 당시 국내 최고 고급차인 에쿠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당시에는 출시 초반이라 눈에 잘 띄지도 않던 고급차였죠. 그 고급차량이 자신에게 너무 건방져 보여 본인에게 맞는 차로 바꾼다고 하더군요. 저는 대중교통으로 직장을 다닐때라 그 친구가 처음엔 참으로 부럽기도 하고 100억대 재산의 부자와 비교적 터놓고 말과 글을 주고받음에 신기할 따름이었죠.

하지만 그 친구는 애로사항은 많았습니다. 그 애로사항은 돈이 많아서, 배가 불러서, 호강에 겨워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면 너무나 많은 돈으로부터 오는 부자유(不自由)와 물질 만능에서 오는 인간성 상실에 대한 그 친구의 고민이었던 겁니다. 물론 이 문제도 상대적인 관점에 따라서 ‘애로사항’이 되거나 ‘배부른 고민’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 친구는 부모님이 자신을 인형처럼 대하는 게 싫다고 했습니다. 아무 감정도 인격도 없는 겉보기엔 예쁘고 화려한 인형취급 받는 게 싫다고 했습니다. 남들은 모두들 자신을 부러워하는데 정작 자신은 본인이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가슴이 따뜻한 남자를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있어 자유연애라는 선택의 여지는 없었습니다. 대등한 위치의 집안과 결혼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방침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조차 없는 그녀였습니다.

사랑과 애정도 없는 결혼은 사업을 번창해나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 혹은 도구라고 그 친구는 당시 말했습니다. 그 결혼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고 구체화될 무렵 저와 휴대폰 통화 하면서 울며 자살하러 옥상에 올라가는 그 친구를 밤중부터 새벽까지 설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마음을 고쳐먹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했다는 소식과 함께 연락이 끊겼지요.

벌써 10년전 일이네요.

지금은 아주 식상한 드라마 소재로 나올법한 이야기네요. 드라마 소재가 아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제게는 색다른 경험이었고 부자가 겪는 그 나름대로의 고충도 직, 간접적으로 알게 된 것이죠.

그래서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중국 ‘재벌 거지 2세’가 느끼고 싶어하는 ‘자극’에 대해 무조건 돌팔매 등 마녀사냥으로만 대응할 게 아니라 부자가 갖고 있는 그 따분함, 물질 만능에 따른 소외된 인간성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헤아려보면 굳이 그 ‘자극’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