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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의 발견

2만원짜리 렌즈 교환하니 접시세트 사은품 줘, "불황은 불황"

-안경테 교정하러갔다 렌즈 교환하게 됐는데..
-2만원짜리 렌즈교환하면서 느낀 '불황'


오늘 안경렌즈를 교환했다. 적잖히 긁히긴 했어도 렌즈를 교환할 생각은 아니었다.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안경이 자꾸 흘러내려 테나 바로잡으려고 간 것이다. 안경테를 정비하고 나서 혹시나 해서 얼마나 오랫동안 현재 이 안경을 쓰고 있는지 궁금했다. 전에 이 안경집에서 지금의 안경을 교환했으므로 이름만 치면 바로 나오는 상황이다.

조회해보니 2년 3개월 전에 구입한 안경이다. 지난 2006년 8월에 구입한 것으로 렌즈나 테를 교환하지 않고 꽤 오랫동안 사용한 셈이다. 안경사도 2년 3개월 사용한 것 치고는 상태가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했다. 물론 적잖히 긁히긴 했지만 다른 분들에 비하면 양호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쩌다가 시력검사 이야기가 나왔다. 구입한지도 오래됐고 했으니 시력 한번 체크해보자는 것이다. 안경도수도 체크하고 시력도 체크했다. 모든 것이 기계화, 디지털화로 이루어졌다.

진단(?)결과가 나왔다. 시력에 비해 현재 도수가 너무 높아 도수를 낮춰야한다는 것이었다. 어?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안경도수를 낮추라 함은 상대적으로 내 눈이 좋아졌다는 말인가? 나이가 들어가면 시력이 떨어져야 함이 당연지사인데 어떻게 시력이 좋아진걸까?

안경사에게 내 시력이 좋아졌냐고 물어봤다. 아니란다. 그럼 왜 도수가 높은건지, 2년 3개월전에 안경 맞출때 원래 도수를 높게 한건지 물어보니 그렇지도 않단다. 2년3개월 전에는 내 눈에 맞는 정확한 도수로 안경을 맞췄다고 당시 기록을 보며 말해줬다. 다만 사람의 시력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수정체(?)가 높은 도수에 길들여져 있다고 했다.

매장 크기 절반으로 줄인 대형 안경점
과도한(?) 사은품에 90도 감사 인사....불황의 그림자 직감

결론은 이랬다. 현재 내 눈과 렌즈를 굳이 다른 경우로 비유를 하자면, 밥 한 공기를 다 먹고 적당히 배부른 상태에서 밥 한끼를 더 먹는 격이라는 안경사는 설명했다. 굳이 렌즈를 바꾸지 않아도 되지만 도수가 높은 상태에서는 피로감이 더 올수 있고 긁힌 부분 또한 빛을 볼때 눈의 피로감을 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시 고민했다. 그냥 써도 문제 없을 것 같고 한편으로는 찝찝하기도 했다. 요즘 피로감이 더한게 안경도수가 높고 렌즈가 긁혀서 그런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약간 고민하고 나서 렌즈를 교환하기로 결정했다. 괜한 걱정보다는 비용이 좀 들더라도 마음 편한게 나았다.

선물로 유명 접시세트를 받았다. 예쁘장한 접시 두개가 들어있었다. 요즘 불황이라더니 사은품을 ‘센 것’으로 준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안경집 원래 엄청 컸었는데 한달 전부터 매장 크기를 반으로 줄였다.

불황은 불황인가보다. 매장 크기를 절반으로 줄인 그 대형 안경집 앞을 늘 지나다니지만 고객들이 있는 경우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2만원짜리 렌즈 교환하는데 꽤 멋져보이는 접시세트를 사은품으로 주고 나갈때 세명의 안경사가 90도로 깍듯이 큰소리로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걸 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서비스가 무척 좋고 친절하다는 느낌보다는 모처럼만의 고객을 맞아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는 내 직감이고 나만이 그렇게 느낄수 있는 문제이긴 하다.

부러지고 깨지고 망가지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쓰던 안경 계속 다니는 사람들이 많긴 많은가보다.

PS : 접시 세트 받아 들고 나오면서, "아참! 우리 처제 안경테 고장나서 약간 비뚤어져 있던데 그냥 그 상태로 계속 쓰고 있거든요. 주말에 보낼게요." 하고 나왔다. 세명의 안경사들 얼굴에 순간 확 밝아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식구 한명 그 안경점으로 보내는게 무슨 큰 도움이 되겠냐마는 그냥 그러고 싶었다. 어느날 갑자기 그 안경점이 없어지고 다른 업종이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매일 그 대형안경점을 보면서 다니지만 손님이 있을 때를 본 기억이 없다. 깨지고 부러지기 전까지는 쓰던 안경 계속 쓴다는 이야기이다.